미국 플로리다에서 살던 루시 페라자(Luci Peraza)와 알리시아 산체스(Alicia Sanchez) 부부는 딸 시엘로와 함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카스틸 데 캄포스(Castil de Campos)로 삶의 터전을 옮겼습니다. 코르도바 주에 자리한 이 마을은 산과 교회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통적인 스페인 시골 풍경을 간직한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만 꾸는 유럽 이주를 이 부부는 실제로 실현해 냈습니다.
왜 스페인이었을까? 이주를 결심한 이유
두 사람이 스페인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삶의 질'이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높은 주거비와 끊임없는 업무 압박으로 가득했고, 정작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딸 시엘로가 자라는 시간을 곁에서 충분히 누리고 싶다는 바람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스페인을 선택한 데는 언어적 친숙함도 한몫했습니다. 알리시아는 스페인어가 모국어에 가깝고, 스페인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현지 적응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단순한 낭만적 동경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건을 꼼꼼히 따진 결정이었습니다.
알리칸테에서의 실망, 그리고 뜻밖의 유튜브 광고
처음부터 시골 마을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부부는 처음에 스페인 동남부의 인기 도시 알리칸테(Alicante)에서 임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알리칸테의 임대료는 예상보다 훨씬 높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들의 인생을 바꿀 영상을 띄워 주었습니다. 78,000달러에 매물로 나온 스페인 시골 마을 주택 광고였습니다. 반신반의하며 문의를 넣었고, 협상 끝에 최종 72,000달러에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우연한 클릭 하나가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된 셈입니다.
72,000달러짜리 집, 도대체 어떤 집일까?
이 주택은 5개의 침실과 2개의 욕실을 갖춘 약 1,600제곱피트(약 148㎡) 규모의 전통 스페인 가옥입니다. 집 안에는 스페인 특유의 아름다운 전통 타일이 깔려 있고, 창문 너머로는 마을을 둘러싼 산과 오래된 교회가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미국에서 같은 조건의 집을 구하려면 수십 배의 비용이 들었을 것입니다.
5베드 2욕실, 산과 교회가 보이는 전망, 뒷마당에 수영장까지 — 모두 합쳐 72,000달러. 미국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가격입니다.
뒷마당에는 수영장을 조성하고, 작은 게스트하우스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숙소로 개방할 계획이며, 부부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 예정입니다.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하나의 소규모 비즈니스 거점으로 설계된 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기지 없이 현금으로 — 주식을 팔아 집을 샀다
미국 시민권자는 스페인에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받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현지 금융 기관 입장에서 외국인의 신용 이력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이 현실적인 장벽을 정면 돌파하기로 했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 투자금 일부를 매각해 72,000달러를 현금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달 임대료를 내는 대신 온전히 자신의 소유가 되는 집을 갖는 것, 그리고 월세 부담 없이 생활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60,000달러 들인 1년간의 리모델링
주택 매입 후 부부는 곧바로 리모델링에 착수했습니다. 전통 가옥인 만큼 현대적인 생활에 맞게 손봐야 할 곳이 많았고, 수영장과 게스트하우스 신설까지 포함해 약 60,000달러,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택 구매가(72,000달러)와 리모델링 비용(60,000달러)을 합치면 총 132,000달러(약 1억 7천만 원)가 투자된 셈입니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이 금액으로는 웬만한 도시에서 제대로 된 집 한 채를 구하기도 버겁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시골에서는 5개 침실에 수영장, 게스트하우스까지 갖춘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리모델링 결과물은 전통적인 스페인 감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편의를 더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얼마를 벌어야 받을 수 있나?
스페인의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스페인 외부 기업이나 클라이언트로부터 수입을 올리는 원격 근무자를 위한 제도입니다. 이 비자를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증명해야 하는데, 기준은 월 4,260달러 이상입니다. 이는 스페인 최저임금의 200% 수준으로, 단순 관광 비자와는 차원이 다른 재정 요건입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유지 조건: 월 4,260달러 이상의 해외 소득 증명. 알리시아의 실제 수입은 월 7,000~9,000달러로 기준을 훌쩍 넘습니다.
알리시아는 마케팅 컨설팅을 주업으로 월 7,000달러에서 9,000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비자 유지 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스페인 내 생활비를 충당하고도 충분한 여유가 생깁니다. 원격으로 미국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일하면서 스페인의 낮은 물가를 누리는 구조가 이 부부의 핵심 전략입니다.
월 생활비 1,216달러 —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스페인 시골 마을에서의 월평균 생활비는 약 1,216달러입니다. 이 금액 안에 식료품비, 건강 보험료, 공과금 등 기본적인 생활 비용이 모두 포함됩니다. 플로리다에서 비슷한 규모의 가족이 생활하려면 이 금액의 서너 배는 족히 필요했을 것입니다.
월 수입이 최소 7,000달러이고 생활비가 1,216달러라면, 매달 5,000달러 이상을 저축하거나 재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단순히 '저렴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수입과 지출의 격차를 극대화하여 자산을 불려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마을에 예술 스튜디오를 열다
부부는 마을에 공예 스튜디오를 열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대상으로 다양한 예술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업 종류는 도예, 회화, 공예 등 다양하며, 스페인 시골 마을이라는 특유의 분위기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선사합니다.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마을 공동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게스트하우스와 예술 스튜디오는 서로 시너지를 냅니다. 숙박을 위해 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스튜디오 수업까지 경험하는 패키지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알리시아의 마케팅 전문성을 활용하면 이 소규모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두 세계의 장점을 모두 누리는 삶
부부는 스페인에만 완전히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스페인과 미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장점을 동시에 누리는 삶을 꿈꿉니다. 미국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클라이언트를 유지하면서, 스페인의 낮은 생활비와 높은 삶의 질을 함께 가져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해외 이민 성공담'이 아닙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현금 부동산 구매, 소규모 로컬 비즈니스 운영이라는 세 가지 축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해외 생활 모델을 만들어 낸 사례입니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업을 가진 분이라면, 이 부부의 선택이 하나의 현실적인 로드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곳에만 머무는 삶은 원하지 않습니다. 스페인과 미국, 두 세계의 좋은 것을 모두 가져가고 싶습니다. — 루시 & 알리시아
![[85탄] 월 800만 원 버는 부부, 스페인 시골집을 8천만 원에 샀다](https://i.ytimg.com/vi/SHJKrakMZxs/maxresdefaul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