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주 레이크빌(Lakeville)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아모코(Amoco) 주유소 하나가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그냥 동네 가스 스테이션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편의점 음료 냉장고 문을 열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192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숨겨진 스피크이지 바, '더 파머스 셀러(The Farmer's Cellar)'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독특한 공간의 주인은 46세의 기업가 토니 도나텔(Tony Donatell)입니다. 그는 편의점 '더 파머스 그랜슨 이터리(The Farmer's Grandson Eatery)'와 주유소, 그리고 스피크이지 바를 함께 운영하며 단 1년 만에 약 485만 달러(한화 약 66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적자로 허덕이던 사업이 어떻게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적자 주유소를 인수한 이유
토니 도나텔은 사실 '원더러스 컬렉티브(Wanderous Collective)'라는 외식 그룹을 운영하는 레스토랑 사업가입니다. 그는 실패하거나 어려움에 처한 부동산을 저렴하게 인수해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을 즐겨 씁니다. 2024년 11월, 그는 레이크빌의 아모코 주유소와 편의점을 인수했는데, 당시 이 사업은 매달 수천 달러씩 손실을 내는 전형적인 적자 사업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엔 무모한 결정처럼 보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니는 이 공간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편의점 바로 옆에 붙어 있던 낡은 기계 공장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는 그 공간을 스피크이지 바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이미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습니다.
80만 달러 투자, 그리고 골동품으로 절감한 공사비
토니는 편의점·주유소 인수 및 스피크이지 바 공간 개조에 총 80만 달러를 초기 투자했습니다. 인접한 기계 공장을 완전히 뜯어고쳐 '더 파머스 셀러'로 만드는 작업이 핵심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가 택한 방식이 매우 독특한데, 바로 고물상과 경매장에서 구한 골동품과 재활용 가구로 내부를 꾸민 것입니다.
실내 곳곳에는 교회에서 가져온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설치되어 있고, 바(bar) 뒤편에 자리한 백바(back bar)는 무려 1900년대 초 아일랜드에서 배로 운반해 온 유물입니다. 새 자재를 쓰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공간을 채우면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토니는 이 전략을 통해 건축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공간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면 나타나는 1920년대 세계
더 파머스 셀러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입구입니다. 편의점 안쪽에 있는 평범한 음료 냉장고 문을 열면, 그 뒤로 스피크이지 바로 이어지는 통로가 나타납니다. 스피크이지(Speakeasy)란 원래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몰래 운영되던 지하 술집을 뜻하는데, 이 숨겨진 입구 방식은 그 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바가 나타나는 순간, 손님들은 탄성을 지릅니다. 그 '발견의 순간'이 바로 이 공간의 핵심 경험입니다.
내부는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를 연상시키는 앤티크 소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오래된 목재, 스테인드글라스, 100년이 넘은 아일랜드산 백바까지, 공간 전체가 하나의 타임머신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이런 몰입감 있는 경험은 SNS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레이크빌 지역을 넘어 미네소타 전역에서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개장 첫 달부터 흑자, 월 수익 최대 6만 달러
더 파머스 셀러는 2025년 5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개장 첫 달부터 바로 흑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이후 매달 2만~6만 달러의 순수익을 꾸준히 창출하며, 그동안 적자였던 편의점과 주유소 사업 전체를 흑자로 전환시켰습니다.
전체 사업의 연간 매출은 약 485만 달러에 달합니다. 월 임대료가 약 1만 4,0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스피크이지 바가 창출하는 수익이 고정비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수익은 토니의 '원더러스 컬렉티브' 내 다른 레스토랑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겪는 손실을 상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수익의 70%는 칵테일에서 나온다
더 파머스 셀러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음료(칵테일) 판매가 전체의 70%, 음식 판매가 30%를 차지합니다. 칵테일은 식음료 사업에서 마진이 가장 높은 품목 중 하나입니다. 재료비 대비 판매가가 높아 수익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음료 중심의 매출 구조는 사업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입니다.
음식 메뉴 역시 스피크이지 바 개장과 함께 대대적으로 손질했습니다. 기존 편의점 수준의 간단한 먹거리에서 벗어나, 바 분위기에 어울리는 제대로 된 메뉴로 업그레이드한 것입니다. 음식 메뉴의 개선은 손님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1인당 지출 금액을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토니 도나텔의 핵심 사업 전략
실패한 공간에서 가능성을 보고, 남들이 버린 것들로 아무도 본 적 없는 경험을 만든다. 이것이 토니의 방식입니다.
토니의 비즈니스 모델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실패하거나 저평가된 부동산을 인수해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춥니다. 둘째, 고물상·경매장의 골동품과 재활용 자재로 공간을 꾸며 공사비를 절감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셋째, 기존에 없던 '경험'을 중심에 놓아 고객의 호기심과 충성도를 동시에 잡습니다.
특히 '숨겨진 입구'라는 장치는 단순한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넘어서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손님들은 냉장고 문 뒤에 바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주변에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이 '비밀 공유' 심리가 자연스러운 입소문과 SNS 확산으로 이어지고, 별도의 광고비 없이도 새로운 손님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어려운 외식업 환경 속에서 빛난 혁신
2025년 현재 미국의 외식업계는 인플레이션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토니의 다른 레스토랑들 역시 이런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파머스 셀러는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며 그룹 전체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바를 하나 더 열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시대에도 '특별한 경험'에는 기꺼이 돈을 쓴다는 사실을 토니가 정확히 꿰뚫어 본 것입니다. 주유소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 비일상적인 경험을 심어 넣은 이 역발상이, 결국 연 485만 달러라는 숫자로 증명되었습니다.
이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더 파머스 셀러의 성공은 스몰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여러 가지 영감을 줍니다. 입지나 업종보다 '어떤 경험을 파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 초기 투자를 줄이면서도 차별화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진이 높은 품목(칵테일 등)을 중심에 놓는 수익 구조 설계의 중요성이 그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업이 냉장고 뒤에 바를 숨겨 넣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토니의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본질은 분명합니다. 남들이 포기한 곳에서 가능성을 찾고, 고객이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통하는 비즈니스의 기본기라는 사실입니다.
